그리고 회사에 있는 부 대표가 부소경에게 의자를 끌어다 주었다. “도련님, 앉으세요.” 이 고위직 직원은 부소경이 정말 F그룹 사이트에 올라오는 모습처럼, 차갑고 무섭고, 살기가 넘쳐서 보기만해도 사람을 무섭게 만드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부소경은 아내를 두려워했다. F그룹에서 제일 높은 곳에 있는 사람이 자신의 아내를 두려워했다. 부소경은 자신의 아내를 두려워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아내를 더 젊고 잘생긴 남자한테 뺏길까 봐 두려웠다. 그는 부소경이 오늘 직원들이 일하는 걸 시찰하러 온 게 아니라, 협력 프로젝트에 대한 얘기를 나누러 온 게 아니라, 단순히 아내가 일하는 걸 보러 왔다는 걸 알았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자신의 회사 대표가 아내가 보고 싶어서, 수중에 있던 일들과 계약들을 버려두고, 오전에 사모님의 회사로 와서 사모님이 일하는 걸 보러 온 게 맞지 않을까? 정말 그랬다. 부소경은 딱 그런 생각이었다. 그래서 이른 아침에 그는 신세희가 일하는 곳으로 왔다. 하지만 부소경이 생각지도 못한 건 임서아가 거만하게 신세희를 찾으러 왔다는 것이다. 임서아가 프론트에서 했던 그 말들을 부소경은 똑똑히 들었다. 그는 원래 만약 신세희가 예전처럼 과묵하게 있으면서 임서아가 함부로 말하는 걸 내버려둘 생각이었다면, 부소경은 오늘 정말 임서아를 살려두지 않았을지 모른다. 부소경이 누군가를 망하게 하고 싶다면, 그게 서씨 어르신이어도 신경 쓰지 않았고, 다른 사람은 더욱 말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신세희는 어떠한 피해도 보지 않았다. 게다가 신세희는 임서아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그녀를 압박했을 뿐더러, 죄를 묻지도 않고, 살려주지도 않고, 죽이려고 하지도 않는 애매한 경지에 두었다. 부소경은 속으로 웃었다. 이 여자. 보기에는 말이 없어 보이고 늘 순종적이지만, 사실 독설을 뱉을 줄 알다니. 그래서 부소경은 아미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신세희가 혼자 임서아를 갖고 놀게 두었다. 부
헌신짝을 목에 걸고 있는 임서아의 꼴은 말이 아니었다.6년 동안 남들이 감히 바라볼 수도 없는 서씨 집안의 외손녀 이미지를 유지해 왔건만, 한순간에 모든 걸 잃었다.흩어진 머리카락들과 목에 헌 신짝을 걸고 두려움에 땀 범벅이 된 그녀는 그토록 초라했다.이렇게 보니 임서아는 목에 헌 신짝을 걸고 떠도는 바람난 여자들과 다름없었다.그 여자들은 결코 원해서 그렇게 된 것은 아니었을 거지만 임서아는 달랐다.임서아는 본인이 원했다.임서아는 우세에 있을 때면 주도권을 잡고 판을 흔들고 약세에 처하면 바닥에 납작 엎드리는 비열한 사람이다.어쩌면 기생충보다도 못한 인간이다.지금, 이 순간까지도 살겠다고 웃을 수 있는 걸 보면 말이다.멀리서 누군가가 그 장면을 고스란히 촬영해 지인들에게 전송했다.“남성의 재벌가 임서아가 부소경의 정혼자라고 떠들어대다 이 꼴 났어. 그러고는 목에 헌 신짝을 걸고 부소경의 진짜 여자한테 저렇게 빌어대네. 너무 웃겨. 사진 보내 줄 테니까 한번 봐봐.”방관자는 문자와 함께 사진도 첨부해 보냈다.소문은 빠른 속도로 퍼지기 시작했다.얼마 안 가, 이 사진들은 서씨 집안 어르신한테까지 도착했다.서씨 집안 어르신은 서울에서의 치료를 통해, 이제야 건강을 되찾기 시작했건만 임서아의 꼴을 보고 또다시 혈압이 상승했다.서씨 집안 어르신은 비록 연세는 많았지만, 늘 외손녀의 혼사로 애를 태웠다.평생 큰소리를 치며 살아온 서씨 집안 어르신은 젊었을 적에 군대에서도 알아주는 인물이다.나이가 있은 뒤로는 문학을 즐겨하며 남성에서도 명망이 자자했다.서씨 집안 어르신은 살인도 해 보았고 누명을 쓰기도, 씌워보기도 했지만, 마음속에 두고 원망하지 않았다.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뿐이니 말이다.하지만 하나밖에 없는 딸은 제외였다.서씨 집안 어르신은 늘 그녀가 첩실의 아이라고만 생각해 큰 관심을 주지 않았지만, 사실 그녀가 바로 아내와의 유일한 딸이었다.그녀는 평생 아버지의 무시와 친엄마의 괴롭힘 속에서 20년을 버티다가 집을 나갔다.그때
하지만 서씨 집안 어르신은 부소경이 지금 신세희와 함께 있을 거라는 것을 상상하지도 못했다.사진을 찍은 사람은 임서아만 촬영했지 감히 부소경에게로 카메라를 돌리지 못했다.같은 시각, 임서아가 헌신짝을 목에 걸고 신세희 앞에서 비굴하게 웃고 있다.부소경은 신세희 옆에 앉아 그녀의 디자인을 보고있었다.당황스러운 신세희는 부소경에게 말했다.“당신... 왜 아직도 여기 있는 거예요?”부소경이 담담하게 말했다.“저 물건이 당신이 두려워 저러고 있는 줄 알아?”부소경한테 임서아는 이름도 아까운 존재이다.그저 ‘저 물건’ 일 뿐이다.그 말을 들은 임서아는 마음이 찢어지는 듯 아팠다.그래도 임서아는 부소경이 자기를 살려둔 거를 다행이라고 여겨 부소경이 ‘저 물건’이라고 부를 때에도 애써 웃어 보였다.지금, 이 순간 임서아는 자존심을 다 버렸다.구경꾼들은 오만한 서씨 집안 아가씨와 신세희의 차이를 알아보았다.이런 난처한 상황은 신세희가 훨씬 많이 겪었지만, 신세희는 한 번도 임서아처럼 자존심을 내려놓은 적이 없었다.신세희는 죽으면 죽었지 절대로 그들의 뜻대로 하지 않았다.하지만 임서아는 신세희와 정반대로 살기 위해 스스로 구렁텅이에 들어갔다.신세희는 머리를 들어 임서아에게 손가락질하는 구경꾼들을 보았다.“임서아, 돌아가. 나 일해야 해. 나 좀 방해하지 말아줘.”“언니... 만약 이것도 부족하면 그럼 내가 글도 써서 들고 다닐게. ‘나는 파렴치한 제삼자입니다.’ 이렇게 할까?”사실 신세희는 더 잔인하게 임서아를 벌 줄 수도 있었다.“....”신세희는 깊은숨을 들이쉬고는 말했다.“임서아, 난 너랑 달라. 넌 재벌가 아가씨니까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넌 날 함부로 할 수 있잖아. 그런데 이제 와서 여기서 불쌍한 척을 해? 넌 여기서 이럴 시간이 있을지 몰라도 난 없어. 난 일해야 해. 그러고 우리 사이 원한은 네가 이렇게 눈물 콧물 쥐어짠다고 없던 일이 될 수 있는 게 아니잖아? 네가 이렇게 한다고 내가 너 대신 감방까지 갔던 게 없던
전화기 저편에서 서씨 집안 어르신의 비창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소경아, 이 늙은이가 하나밖에 없는 딸을 잃어버렸어. 겨우 찾은 게 손녀딸이야. 너 나한테서 손녀딸까지 빼앗을 거야? 내 나이 여든에 원을 품고 죽어야겠어?”“....”부소경은 잠시 침묵하더니 담담하게 말했다.“어르신, 말씀이 심하세요. 어르신의 손녀딸이 자초하지 않았더라면 아무도 감히 건드리지 않았을 거예요. 저 부소경이 남성에서 어르신의 일을 봐주는데 누가 감히 건드려요? 건드릴 수 있는 건 임서아 자신뿐이죠. 어르신의 손녀딸이 이렇게 자존심까지 뭉개 가는 건 그 누구도 말릴 수 없어요.”“....”서씨 집안 어르신은 임서아의 수많은 약점을 잘 알고 있다.‘이 아이는 참을성도 없고 교양도 없으며 경솔하기까지 하지. 그런데 이제는 자존심까지 버렸어. 그런데 내가 누굴 탓해. 우리 집에서 자랐으면 저런 일은 없었을 텐데. 내 잘못이고 임씨 집안 잘못이야. 이 아이의 잘못이 아니야.’여기까지 생각한 서씨 집안 어르신은 마음속으로 임서아의 비굴함까지 용서했다.비록 임서아의 이런 행동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어쨌든 하나밖에 없는 외손녀딸이니 어쩔 수가 없었다.“집으로 보내. 이 늙은이가 잘 다스릴 테니. 소경아, 그래도 될까?”서씨 집안 어르신이 애원하자 부소경은 머리를 끄덕였다.“그럴게요, 어르신.”부소경은 서울에서 병 치료를 받은 서씨 집안 어르신이 자기로 인해 건강상의 문제가 생기길 바라지 않았다.‘죽어도 되지만, 나 때문에 죽는 건 안 돼.’부소경은 이런 누명을 쓰기 싫었다.통화를 끝낸 부소경은 혐오의 눈길로 임서아를 바라보았다.“꺼져!”“대... 대표님. 저 살려주시는 거예요?”부소경은 다시 한번 쌀쌀하게 말했다.“꺼지라고.”임서아는 목에 걸려있는 헌신짝도 그대로 둔 채 허겁지겁 밖으로 도망쳤다.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이 희귀한 장면을 보고 수군거렸다.그중에는 임서아를 알아본 사람도 있었다.“저 여자 서 대표님 고모 집 여동생이잖아?”“엄청 못됐다
임서아는 미친 사람처럼 목 놓아 울기 시작했다.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뒤에도 임서아는 서럽게 울며 회사를 빠져나갔다.멀리 차 한 대가 보였다. 차 안에서는 서준명과 구서준이 있었다.“네 사촌 여동생이 목에 헌 신짝 걸고 도망가네. 하하!”구서준이 서준명을 약 올리며 말했다.“닥쳐!”서준명은 단 한 번도 임서아를 사촌 여동생으로 인정한 적이 없다.“내가 만약 저런 팔푼이 같은 사촌 여동생이 있다면 정말 토 나왔을 거야. 왜 날 이렇게 힘들게 하는 건데?”구서준이 말했다.서준명은 구서준의 말에는 답하지 않고 다른 것을 물었다.“그런데 너는 왜 부소경을 건드린 거야?”구서준은 천진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렇다면, 삼촌이 오늘 부씨 그룹 임원 회의도 뒤로하고, 그 많은 계약도 펑크를 냈다는 건 내가 어제 신세희 씨가 환히 웃는 사진과 신세희 씨의 이모티콘을 보내서 자극받았다는 거잖아? 회사도 내팽개치고 지금 신세희 씨를 찾으러 왔다는 건데?”구서준의 말에 서준명이 발끈했다.“그게 아니면, 네가 말해봐! 여자라는 존재는 가까이도 안 두고 사업에만 매진하고 맨날 땅만 사들이는 양반이 왜 갑자기 다 팽개치고 여자에 미친 건데? 말해봐!”“하하하!”부소경에 대한 서준명의 평가를 들은 구서준은 배를 끌어안고 웃어댔다.“야, 너 신세희 그 여자 좋아하는 거지?”“그 아이 내 동생이야.”구서준은 서준명을 노려보며 말했다.“좋으면 좋다고 해, 임마.”“....”서준명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구서준이 계속 말했다.“나는 신세희 씨 좋아해. 난 좋으면 좋다고 말해! 우리 삼촌만 아니면 나 정말 신세희 씨 납치라도 했을 거야. 우리 삼촌이 비록 업계에서는 서열이 높지만, 감정 부분에서는 그냥 초짜야. 연애가 뭔 줄도 몰라. 어제 사진 몇 장 보냈다고 긴장해서는, 연애도 못 해 본 애송이처럼 저렇게 달려왔잖아.”구서준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서준명이 말했다.“너 조심해. 네 삼촌한테 걸리면 죽는다.”그 말에 구서준은 등골이 싸늘해졌다.구서준은
구서준은 머리를 돌려 서준명을 보며 말했다.“그만하지 못해? 나 지금 직원 혼내고 있는 거 안 보여?”카운터 직원은 황홀한 상상에 빠져서 무아지경이었다.이때 구서준이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저기요, 출근 시간에 그런 망상이나 하고 있어요? 일 똑바로 해요, 허튼 생각 하지 말고! 아니면 확 잘라버리는 수가 있어요!”“네, 대표님.”통화를 끝낸 후, 서준명이 구서준에게 물었다.“너 아직도 네 삼촌과 연애 기술 뭐 그런 거 경쟁할 거야?”구서준이 버럭버럭하며 말했다.“너 당장 내려!”“이거 내 차야!”“....”몇 초의 침묵이 지난 뒤, 구서준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나 서씨 집안 도련님께서 어쩔 수 없이 네 차에 앉아 주는거야.”“....”두 사람은 더는 차에서 내리는 문제를 말하지 않았다.회사의 두 대표가 부소경의 눈을 피하고자 회사에 들어가지도 못하는 우스운 상황이다.같은 시각, 부소경은 아직도 사무실에서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부소경은 신세희의 일거수일투족을 유심히 관찰하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다들 한 대 얻어맞은 듯 멍했다.두 사람의 눈꼴 신 모습은 정말로 혼자 보기 아까운 장면이다.하지만 다들 어쩔 수 없이 남성에서 서열 1위인 부소경과 그의 와이프의 애정행각을 눈앞에서 지켜보아야 했다.부소경은 담담하고 진지했다.자연스럽게 신세희에게 커피를 내려주고 서류를 정리해주며 서포트를 했다.신세희는 처음에 이 상황이 부담스러워 부소경을 빨리 내보내려고 했지만 부소경은 나갈 생각이 없었다.어쩔 수 없이 신세희는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일에 전념했다.신세희는 놀란 마음을 진정시킨 후, 동료들과 디자인에 대해 논의하였다.동료들 모두가 온 몸을 덜덜 떨었지만, 신세희는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고 일에 전념했다.신세희가 디자인에 대한 평가는 늘 그렇듯 깔끔하고 정갈했다.디자인 팀의 모두가 그녀의 멘탈을 부러워하는 동시에 두 사람의 담담하지만, 깊은 감정을 부러워했다.그들이 불안한 건 단 하나, 자기의 일을 내팽개치
드디어 검은 포스를 풀풀 풍기던 대표님이 가신단다. 신세희는 아무렇지도 않은 눈치였다. 부소경이 있든 없든 그녀는 한결같이 업무를 보았을 테고 집에서도 늘 그와 식사를 함께했으며 밤에도 같은 침대에서 잠들었으니 그가 무서울 리 없었다.“조심해서 가요.”신세희가 도안을 내려놓으며 그에게 말했다.“차는 식기 전에 마시고.”부소경이 말했다.“네.”“그리고 반 시간마다 목 스트레칭도 하고, 건강 챙겨야지.”부소경이 또 잔소리를 늘어놓았다.“네.”“......”이쯤되니 부소경은 문득 궁금해졌다. 두 친구와 있을 때는 그렇게 활짝 웃었으면서 왜 남편인 자기한텐 이렇게 무뚝뚝한 걸까. 당장 따져 묻고 싶었지만 여자들까지 질투하는 사람으로 기억될까 봐 입을 꾹 다물었다.그는 불만을 억누르며 사무실을 나섰다.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신세희는 그를 배웅하지도 못했다. 할당된 업무는 제때 완성해야 할 게 아닌가. 사실 오전이면 끝날 업무였으나 임서아와 부소경의 방해로 아직 절반밖에 해내지 못한 참이었다. 게다가 부소경이 회사를 벗어나기만 한다면 동료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우르르 몰려들어 그녀에게 말을 걸 터였다. 아니나 다를까 부소경이 엘리베이터에 오르자마자 사람들은 신세희를 빠짐없이 둘러쌌다.“어쩜 저렇게 따뜻한 남편을 두셨어요.”“F그룹의 대표님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릴 뻔했지 뭐예요?”“세상에... 세희 씨, 대체 저 살아있는 염라대왕 같은 분을 어떻게 길들인 거예요?”“저도 가르쳐 주세요.”“어떻게, 무릎이라도 꿇을까요?”신세희는 말문이 턱 막혔다. 부소경을 길들였다고? 그가 과연 길들여지는 사람이었던가? 그녀는 한 번도 누군가를 길들인다거나 굴복시키려고 한 적 없었다. 다만 그녀가 겪어야 했던 고난들에 마음은 이미 무뎌진 상태였다. 그녀는 벼랑 끝을 걷는 기분으로 6년을 버텨왔다. 두려움과 걱정으로 가득 채워진 나날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익숙한 감정이 되어버린 것이었지만 사무실 동료들이 그녀의 사정을 알 리 없었다. 신세희는 이내 설핏 웃으
부소경은 구서준을 거들떠보지도 않았지만 구서준의 등에서는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왜 다시 돌아온 거지? 염라대왕 같으니라고.’이렇게 사람을 놀리는 게 어디 있단 말인가? 왜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건데. 제 아내 곁을 떠나기가 그렇게 싫은 건가? 구서준은 잔뜩 구겨진 얼굴을 애써 숨기며 억지로 그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삼촌.” “임서아를 닮았군.”부소경이 담담한 표정으로 끔찍한 말을 했다. “뭐라고? 조금 전 신발을 들고 초라하게 여길 떠났던 임서아 말이야? 어떻게 그런 여자랑 나를 비교할 수가 있어?”구서준은 억울해서 딱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가 켕기는 게 가득한 표정으로 변명했다. “저기... 삼촌! 난 딱히 작은엄마를 보러 온 게 아니야.”“나도 마찬가지야.”부소경은 절대로 구서준과 서준명을 골탕 먹이기 위해 일부러 한 행동이 아니었다. 전부 어제 구서준이 그에게 보여주었던 사진과 영상들 때문이었다. 그 안의 신세희는 햇살처럼 반짝반짝 빛났다. 그녀를 6년이나 찾아다녔고 지금은 같은 침대에서 잠들건만 한 번도 그녀의 이런 달콤한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신세희는 그 어여쁜 미소를 별 볼 일 없이 하찮은 두 여자에게 지어 보이고 있었다. 문득 부소경은 그 두 사람이 매우 궁금했다. 자신이 떠난다면 두 친구는 기다렸다는 듯이 신세희를 찾아올 터였다. 그러나 구서준과 서준명을 마주치는 건 그의 계획에 없던 일이었다. 게다가 딱히 그들을 오해한 것도 아니었다. 둘은 이 회사의 대표가 아니던가?그러나 아무 생각이 없는 부소경과는 달리 서준명과 구서준은 그야말로 혼비백산했다. 건축회사의 떳떳한 대표라는 이들은 동공에 지진을 일으키며 허둥지둥했다. 다행히 그들은 간신히 이성을 부여잡을 수 있었다. 마침 그들의 앞에는 엄선희와 민정아가 있었다. 민정아와 더 가까이 있었던 서준명은 그녀를 잡고 싶었지만 구서준이 먼저 선수를 쳤다. 민정아의 손을 덥석 잡은 구서준이 당당하게 말했다.“삼촌은 모르겠지만 사실 난 정아 씨를 꽤 오랫